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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진 건축가 인터뷰

발달장애인을 위한 공간은 어때야 할까?
저는 올해 건축 사무실을 오픈해서 이제 시작한 지 6개월 된 초보 건축가 이현진입니다. 이번에 조재원 소장님이랑 같이 협업하게 된 강동그린나래복지센터가 제 사무실을 오픈하고 진행한 두 번째 프로젝트였어요. 제가 사무실을 차리겠다고 회사를 그만 둔 다음날, 조 소장님이 이 프로젝트를 같이 하자고 연락을 하신 거예요! 어떻게 그런 타이밍에 연락을 하신 건진 모르겠는데. (웃음)
사실 처음에는 좀 당황했어요. 발달장애인을 위한 공간이라는 게 제가 잘 아는 분야가 아니다 보니 어떻게 풀어야 하나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서 제 주변 친구 중에 성당 청년부에서 발달장애인 친구를 케어하고 같이 공부도 하고 여행도 가는 친구가 있어서 이것저것 많이 물어봤고요, 여기 직원분들께도 많이 여쭤봤어요. 발달장애인 관련된 서적이나 외국 자료도 많이 찾아보면서 공부를 했죠. 그리고 이분들이 실제로 어떻게 지내시는지는 글만 읽어서는 잘 모르니까, 현장에 계속해서 많이 와봤고, 거의 다 현장에서 알게 된 것 같아요. 조금씩 다른 시간대에 온다거나 해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활동들을 다양하게 많이 봤어요. 성수동에 있는 별별 생활체육센터에서 운영하는 팀장님과 얘기도 많이 했고요. 점점 알게 될수록 몰입도 되고 재미있어졌던 것 같아요.
기존 작업장의 임가공 공정 관찰 조사 내용 링크
그래서 알게 된 건 발달장애인을 위해 필요한 공간의 요소라는 것이 사실 비장애인이 원하는 공간의 요소랑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거였어요. 이분들을 위해 완전히 다른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거나 그런 게 아니고, 조금 더 안전하고, 소리에 예민하니 조금 더 신경 써야 하는 거더라고요. 모든 곳에서 다 강조하는 부분이 소리와 안전이었어요. 이분들이 간혹 돌발 행동처럼 행동이 과격해지는 순간이 있는데, 그게 거의 다 소음이랑 안전 문제에 결부되더라고요. 그래서 1층 마감은 방음이랑 흠음 기능이 있는 보드를 사용했고, 별별 체육센터는 뛰노는 곳이니까 소리보다는 바닥 소재나 벽에 안전 보호대 소재 같은 걸 고르기 위해 많이 상의했어요. 3층 끝 안쪽에는 가장 감각적으로 민감해서 좀 더 돌봄이 필요한 분들이 작업하는 두 번째 작업 공간이 있는데, 그 공간은 가장 안정감을 줄 수 있도록 벽과 천장 전체에 방음 소재를 적용했고, 문틈까지 방음이 잘 되게 방음문도 쓰고 그랬어요.
작업장에서 직원의 이동 동선은 휴게 공간과 개인 캐비넷 쪽으로 연결되도록 구분하였다.
작업 공간이 깔끔하게 정리정돈 될 수 있도록 부자재를 쌓아두는 공간(좌측 노란 부분)을 별도로 마련하였다.
공간 사용자의 더 나은 삶에 집중하는 건축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가 다른 프로젝트에 비해서 한마디로 ‘사공이 많은 프로젝트’였어요. 이 공간을 운영하시는 분, 협회 분, 기부해주신 분, 공무원 분들, 이 공간을 실제로 쓰시는 직원분들, 그리고 건축을 맡은 저희와 시공해주시는 분들까지. 관계된 분들이 정말 많은 편이었어요. 단톡방에 17명이나 들어와 있었거든요. 거기서 각자의 욕심이나 고집 같은 것을 내세우면 결과가 많이 달랐을 것 같은데, 이 공간을 쓰는 분들이 더 좋은 생활을 할 수 있게 하자는 큰 목표가 처음부터 워낙 명확했고, 그것을 끝까지 잘 유지하셔서 모두가 거기에 따라 다 같이 한마음으로 임했던 것 같아요. 보통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갈 수도 있는데, 많은 분이 한마음이다 보니까 과정 자체도 재미있었고,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어쩌면 이 공간이 만들어진 결과보다는 그 과정 자체가 가장 중요했던 프로젝트라 그 부분이 많이 전달되면 좋겠어요.
이 공간에서 이분들이 생활하시는 시간이 굉장히 길거든요. 하루에 몇 시간씩이고, 거의 매일을 몇 년 동안 계속 오는 공간인 거죠. 그래서 이분들이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마음이 편안하고 스트레스가 적은 공간이 되는 게 가장 우선이라고 생각했어요. 이 공간을 즐겁게 사용하시는 걸 보면 디자인을 한 사람으로서 참 다행이란 생각도 들고 기분이 좋죠. 그동안 건축을 해오면서 세상의 눈에 띌만한 엄청난 건물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은 별로 없었어요. 그저 공간에서 생활하시는 분들에게 좀 더 나은 생활을 기약할 수 있는 걸 만드는 일이라면 어떤 프로젝트든 상관없이 계속 하고 싶은 마음이에요.